저자 신정완 출판사 인간과복지

복지국가의 철학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이 한참일 때 부자들에게도 공짜 점심을 제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치열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에서 공공성을 높이려는 노력에 대하여 평준화보다는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대우를 받고자 하는 분들의 요구 또한 높다.

한정된 자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의는 복지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취약 계층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시혜적 입장과 세금의 경중과는 별개로 누구나 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신정완 교수의 저서 “복지국가의 철학”에서는 그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신정완 교수는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 (John Ralws)의 정의론을 빌려 우리가 갖고 있는 물음에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 미국의 윤리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이다. 그의 정의론에서 롤스는 2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제 1원칙은 자유의 원칙이며 제 2원칙은 차등과 기회의 균등이다. 이 두 가지 원칙 중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제 1원칙인 자유다. 즉 2원칙이 1원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등의 원칙은 무엇일까? 여기서의 차등은 사회적 약자, 롤스의 표현에 의하면 최소수혜자(The Least Advantages)를 의미한다. 정의란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사회적 제도는 가장 약한 사람에게 최대의 혜택이 가도록 사회적 규범을 정해야 한다.

왜 롤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가 정의라고 했을까? 그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 유명한 무지의 베일 (Veil of Ignorance)이라는 가상의 결정 조건을 만들어 냈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 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만약 이기적 논의가 이어진다면 결론은 파국이나 강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하여 이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이 모두 죽은 후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 언제 어떤 지위로 태어 날지는 모른다. 자 이제 이런 가정에 기초하여 사회적 합의를 한다고 가정하자. 과연 누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만들것인가? 지금의 나는 기업인으로 부를 가지고 있지만 다시 태어난 나는 최소 수혜자가 될 가능성과 혹은 신체적 불구도 가질 수 있다. 이런 악조건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 합의를 하라고 한다면 인간은 위험 회피적이 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즉 나는 현재의 부자 기업인으로서 적은 세금을 내고 최소수혜자에게 최저생활비만을 주자고 주장 할 수 있지만 롤스의 무지의 베일에 들어가면 소위 가난한 자들만 받는 다는 낙인효과가 있는 적선식의 복지보다는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적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 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선택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한 비용의 분담에도 역시 찬성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나는 노력하여 나의 부를 일구어 낸 것 이고 상대방은 나태로 인하여 가난해 졌다고 한다면 내가 왜 그의 나태를 보존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여기에 답은 사회이다. 사회는 한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가 정한 일정한 규칙에 의거하여 유지되고 있으며 내가 갖는 사회적 부 또한 다른 사람의 동의하에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이라며 나의 부의 일부는 당연 사회적 배려의 일부로서 사용 되어 질 수 있으며 설사 내 부가 나눠지도라도 나는 상대적으로 남들보다는 많은 것을 갖게 되므로 손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배적 정의에 대한 논리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선택에서 어느 것이 정의로운 제도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개념적이다. 철학적 고찰이 판단에 도움을 준다.

롤스에 의하면 “사회적 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한 인격체로서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요소들에 의해 삶의 조건이 크게 좌우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에 대한 갈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상향의 하나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정의는 편향적이며 이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 또한 줄기차게 이어지고 심한 경우 폭력적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

시혜적 복지를 통한 소수의 지원은 이미 미국에서 부작용을 확인하고 있다. 노동의지의 상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피폐, 사회적 낙인효과가 또 다른 사회적 불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위 많은 나라들이 선호하는 북유럽식의 보편적 복지가 힘을 얻는 시점에 신정완교수의 저서는 그 철학적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저자 신정완 교수는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 논쟁에 대한 연구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연구를 했다. 주로 스웨덴 모델릐 여러 측면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이념과 정책에 대하여 연구했으며 저서로는 복지자본의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 우리안의 보편성 등이 있다. 현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펴낸곳은 인간과복지이며 2014년 1판 인쇄 후 2015년 2판을 발간하였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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