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황휘 협회장 기고-경제 불황 속 의료기기 산업 10년새 2배 규모로 성장...의료진·개발자 공동연구 필요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10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 2006년 약 2조88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5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시장가치로는 약 15조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여파 속에서도 의료기기 제조기업은 놀라운 성과를 일궜는데, 생산액 5조6000억원 중 60%인 3조3800억원을 190개국에 수출했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던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정보기술(IT) 기기 같은 동력산업의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료기기산업이 이룬 실적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세계는 고령화를 넘어 초장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400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에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건강하고 오래 살려고 하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의료기기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부가가치인 의료기기산업은 대부분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은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은 헬스케어 관련 IT 인프라 구축을, 프랑스는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14개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국가전략특구 조성과 통합적인 의료기기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제조 2025전략을 통해 의료기기 제조의 도약을 선언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이미 의료기기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정책 지원을 추진하고 '2020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 아래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개선 노력을 해왔다. IT 등 융복합 의료기기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확대, 의료기기 시험인증·임상시험 강화, 인허가·건강보험수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 제품 원천기술 확보, 해외시장 진출 지원, 의료기기산업 진흥법령 마련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이 이뤄져 현재 세계 9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게 아닌, 우리 앞에 있는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중국을 뿌리치기 위해선 의료기기산업이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가 의료기기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이 많아야 한다. 임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이 의료기기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의료인과 개발자 간의 협력 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의료인이 직접 기술사업화 및 창업을 촉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 임상 현장에서 얻어지는 의료인의 지적 자원을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연계 플랫폼과 지적 자원을 공정히 평가받는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전국 의료인이 의료기기 개발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현황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외에도 민간에서의 자연스러운 관심 조성도 필요하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민간에서 유일하게 의료인의 임상적 성과 외에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노력을 보상하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의료기기산업대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이 상의 목적은 의료인이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의료인 인재풀과 개발 정보를 확보하면서 의료기기 국산화, 신의료기기 개발 활성화, 의료기기 제조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졌다.

의료기기산업은 골든타임(Golden time)이 시작됐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지 않고, 국가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수많은 인재와 함께 의료인의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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