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진료지침 적용시, 객관적인 데이터 근거로 의료기록 가능한 IT 환경 필요

ICHOM Australasian Forum 참관기

“질환별 표준진료지침, 의료의 질 개선과 비용 감소 효과 가져와”
표준진료지침 적용시, 객관적인 데이터 근거로 의료기록 가능한 IT 환경 필요

최현숙
메드트로닉코리아 부장

지난달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의료결과 측정을 위한 국제컨소시엄(International Consortium for Health Outcomes Measurement, ICHOM)’ 호주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호주 포럼은 10월 워싱턴 개최 예정인 2017 ICHOM 컨퍼런스에 앞서 열린 아시아지역 포럼으로 ‘가치기반 보건의료(Value-Based Health Care, VBHC)’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표준화된 의료결과 측정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개최됐다.

ICHOM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 HBS)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와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보스톤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의 마틴 잉그바(Martin Ingvar) 교수에 의해 2012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이 단체는 표준화된 방법으로 환자가 보고한 결과측정(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 PROMs)을 반영하고 궁극적으로 세계의 보건의료제도를 가치기반 보건의료제도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표로 출범했다.

ICHOM 미션은 먼저, 질환에 있어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결과 측정의 세계 표준 지침을 정의하고 이 표준지침의 채택 및 보고를 추진함에 있다. 그리고 의료비용을 감소시키고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의료의 질을 개선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가치 기반 보건의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ICHOM에서 발행하는 표준진료지침은 오픈 소스로 http://www.ichom.org/medical-conditions/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느 기관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ICHOM 미션과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v 표시)

보건의료에 있어서 궁극적인 측정치는 의료결과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환자는 질환과 관련된 특정 검사 수치의 변화보다는 치료 후 자신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혹은 증상이 얼마나 개선될지 등)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이런 환자의 질문에 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ICHOM이 설립됐다. ICHOM은 개별 질환별로 표준진료지침을 정의하기 위해 의료진과 성과 연구자(outcome researchers), 환자 단체로 이뤄진 글로벌 팀을 조직해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의료인들로 하여금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적용, 상호 비교하고 모범 사례를 배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추진한다.

ICHOM 워킹그룹(working group)의 표준진료지침 개발 절차

현재까지 총 21개의 질환별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공개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약 50개의 의료기관과 14건의 레지스트리에서 ICHOM에서 발행한 표준지침 세트를 도입하고 있다.

ICHOM의 표준진료지침

이번 포럼이 열린 호주에서는 전국민 전립선암 레지스트리(Prostate Cancer Outcomes Registry)를 위해 ICHOM의 표준진료지침을 도입했다. 퀸즈랜드나 뉴사우스웨일즈, 빅토리아 등 다수의 주에서 사보험 재정으로 ICHOM의 표준진료지침을 도입한 상태이다.

호주 포럼의 오전 세션에서는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필요성과 환자 중심의 의료결과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논의에 이어, 이미 오바마케어(Obama Care, Affordable Care Act)를 통해 가치기반 보건의료 시스템이 한 단계 진일보해 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의 MD Anderson 병원에서 ICHOM의 표준진료지침을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더불어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실제적인 경험담을 공유했다.

또한, 네덜란드 Dutch Institute for Clinical Auditing(DICA)에서의 표준진료지침 적용 후 대장암 등 다양한 질병군에서 합병증과 사망률의 감소와 더불어 의료비용의 감소 결과로 이어진 결과를 공유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호주 지역의 병원에서 ICHOM 표준진료지침을 적용해 시행중인 레지스트리인 CADOSA(Coronary Angiogram Database Of South Australia)와 PCO-CRV(Prostate Cancer Outcomes-Compare and Reduce Variation)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호주 각 병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진료지침을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데이터 확보를 위한 IT 시스템의 구축과 환자가 보고하는 의료결과 측면에서 환자의 개인적 편견과 감정을 배제하고 기록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다. 그리고, 바쁜 의료진이 임상 관련 데이터를 손쉽게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며 각 병원이 처한 개별적인 환경과 환자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 오전 Plenary Session에서 발표중인 ICHOM 회장(president) Christina Akerman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 따라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의료의 질 향상 및 적정진료 강화를 위해 표준진료지침(CP, critical pathway)을 개발했다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이미 24개의 질환에 대해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했고, 2017년 16개 질환에 대해 추가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함으로써 개별 병원에서 적정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질환ㆍ수술별 진료의 순서와 치료의 시점, 진료행위 등을 미리 정해 둔 표준화된 진료 과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모니터링 결과 공공병원에 표준진료지침 적용이 적정진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탈장’은 표준진료지침 적용 후 재원일수가 15년초 5.6일에서 16년말 4.4일로 감소했다. 또한‘슬관절치환술’은 재원일수가 평균 5일 감소하고 진료비가 평균 1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환자 만족도 증가의 효과도 관찰됐다. 이런 표준진료지침 적용의 긍정적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넘어 민간병원까지 확대, 보급할 계획이며 의료서비스의 변화와 발전을 반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표준진료지침을 갱신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치기반 보건의료’라는 전세계적 흐름 속에서 비용은 감소시키면서 환자의 의료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제는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보고하는 임상적 결과만을 치료 효과로서 간주하는 게 아닌 보다 환자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삶의 질, 통증이나 불안의 감소 정도가 더욱 중요한 의료결과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런 측정치를 표준화하기 위해 ICHOM은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해 전세계 의료인 혹은 의료기관이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CHOM과는 별도로 자발적으로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시스템에 적합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기반 보건의료의 큰 흐름에 앞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ICHOM에서 개발된 표준진료지침에 우리나라의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비록 전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국가이지만 유행과 최신 문물의 도입이 매우 빠른 특성을 가진 나라인 만큼 전세계적 흐름에 결코 뒤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진료지침이 아직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이 이에 참여하게 된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더불어 환자의 의료결과도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표준진료지침 도입과 적용을 위해서는 IT기반 시설(infrastructure)의 확충과 데이터 관리를 위한 인력 충원도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성의 법칙을 따라 기존대로 이어가길 고수하는 의견과 시선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설득이 선행돼야 성공적인 가치기반 보건의료시스템으로 변모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ICHOM 호주 포럼 참관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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