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KMDIA 협회장 황휘

[매일경제_IT·과학_기고_2017.03.22]

4차산업혁명 ‘의료경쟁’에 보폭 맞춘 정부
첨단의료기기 허가에만 2년 가까이 걸렸었지만
작년부터 절차 등 축소, 이젠 2개월이면 상용화

 

황휘 협회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우리가 달에 착륙했다." 

약 1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대표' 이세돌을 이긴 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가 한 말이다. 그날 이후로 인공지능은 더 이상 공상 과학영화에 나오는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알파고 시대'가 왔고 인공지능을 필두로 로봇 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을 알렸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다. 누구나 한번쯤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암환자를 진료하고,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군인이 로봇다리로 걸어다니며, 피 한 방울로 우리 몸 안의 모든 질병 정보를 분석하는 얘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제4차 산업협명에 따른 대표적인 의료 분야 변화이며,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신기술로 무장한 첨단 의료기기가 있다. 물론 첨단 의료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몸 안에 이식되어 장기 기능을 대체하는 초소형 제품부터 최신 영상기술을 활용한 첨단 진단장비까지 다양한 의료기기가 존재한다. 건강한 사람은 물론 주위에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시대가 가져다주는 첨단 의료기기의 혜택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양한 기업과 연구자들이 개발한 첨단 의료기기가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사용되기까지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다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듯이 첨단 의료기기가 개발되어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기까지 3가지 절차를 순차적으로 거치게 되면서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新)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개발되어 모든 행정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어느덧 구(舊)기술이 되어 있다. 특히 외국에서 전해지는 첨단 의료기기의 소식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사용될 수 없음에 가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지난해 각각 다른 법령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3가지 절차를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부처, 그러나 국민에게는 하나의 정부로서 안전하고 유효한 첨단 의료기기의 혜택을 국민에게 제때 신속하게 제공하자는 목표 아래 서로의 손을 맞잡은 것이다. 

제도의 통합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과 협력을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단순히 순차적 절차에서 병렬적 절차로 바꾸는 것 이상으로 의료기기 허가·심사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1~2년 걸렸던 기간은 최대 13개월까지 단축되어 2~3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서로 이질적인 것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하이브리드(hybrid)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미국 FDA는 심장 손상, 심장발작 등 부작용 발생률이 4%(기존 제품 7.4%)에 불과하며, 기존 제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약 크기에 불과한 초소형 인공심장박동기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그리고 같은 해인 12월 식약처 허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가 모두 완료되어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허가받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허가뿐만 아니라 신의료기술평가까지 완료된 것이다.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 측면에서 보면 더욱 빠르게 심사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0년보다 향후 5년의 기술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는 시대다. 앞으로도 수많은 첨단 의료기기 개발과 다양한 첨단 의료기술이 우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서 식약처를 중심으로 한 보건당국이 국민을 위해 소통하고 협력해 이뤄낸 성과로 참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가 의료혁명과 같은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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