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출판

'맹목적 신앙'은 이미 신앙이 아니다. 신앙은 맹목적인 생각에서 나와 열린 세계로 나가는 과정이다. 배철현은 육체도 훈련되지만 정신도 꾸준히 훈련하여 더 높은 정신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삶을 자신의 임무, 자신의 의미를 찾고 충실해 가는 여정이라고 소개한다. 삶을 더 깊게 이해하려고 종교, 신앙, 영성을 추구한다. 종교학자로서 배철현은 종교, 신앙, 영성을 신적 대상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향하고, 찾아 가는 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신의 임무, 의미를 찾기 위한 네 단계를 제시한다.

첫번째는 고독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고유한 자신만의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한다. 자신의 깊고 진실한 생각, 느낌을 접촉하고 경험한다.

"내가 축하해야 할 대상은 나와 무관한 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모순으로 보이지만 '침묵의 소리'를 소개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다른 목소리, 미세한 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신화와 종교학의 큰 학자인 조셉 캠벨은 "당신이 두려워하는 그 동굴에 당신이 찾는 보화가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유한 내적 세계는 무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곳은 무한하고 풍부하며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운 곳이다. 그곳은 닫혀 있지만 열려 있고 자신을 훈련하여 용기를 얻은 자가 탐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의 내면만큼 위대하고 고유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두번째는 묵상이다. 묵상으로 자신과 세계를 조용히 응시한다. 이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이고, 따라서 반성이며 타인에게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이고 그것을 알아차려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겸손하고 진실하게 자신에게 몰입하여 영생을 얻는다. "영생이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기술 즉 영생을 추구하는 삶 자체를 말한다.

세번째는 자각이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다.

"당신 자체이기 때문에 미움을 받는 것이, 당신 아닌 것이 당신인 척하여 사랑 받는 것보다 낫습니다." -앙드레 지드

"여러분은 걸어야 합니다.
걸음을 통해 길을 만드십시오.
그 길은 이미 존재하여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은 하늘과 같습니다.
그곳에서 새들은 날아 다니지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 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오쇼 라즈니쉬

네번째는 용기이다.

"인생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살려내야 합니다.
당신이 해답을 가지고 잇는 질문을 묻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조셉 캠벨

배철현은 하버드 디비너티 스쿨 기숙사에서의 경험을 인상 깊게 소개한다.

한 층 네명의 학생이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쓰며 네 개의 방에서 각자 생활했다. 한 명은 '스텐리'라는 흑인 목사인데 대형교회 목사였다. 한 명은 시카고 대학에서 티베트어 교수로 있다가 현재는 네팔의 국제 불교학교 원장으로 있는 티베트 출신 불교 라마승 '나왕 조르덴'이었고 한 명은 현재 FBI 암호해독가로 일하는 무신론자 '존'이었다.

종교가 다를 뿐 아니라 종교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생활이 가히 가관이었단다. 근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단다. 여럿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심각한 문제였다. 네 명이 화장실, 샤워실을 청소해야 했는데 흑인 목사 스텐리가 사용하고 나면 심한 냄새로 두 세시간은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단다. 꾀많은 한국 학생 배철현은 자신은 다른 건물 체육관에서 샤워하고 볼일을 볼 테니 다른 세명이서 알아서 사용하고 청소하라고, 자신은 빠지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와 화장실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화장실 샤워실 모두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향까지 피워져 있었다. 나왕 스님이 청소하고 향까지 피웠다. 나왕 스님은 그 때부터 1년간 수행하듯이 묵묵히 화장실과 샤워실을 청소했고 향을 피웠다.

1년이 지나고 기숙사에서 퇴거할 즈음 무신론자 존이 모두를 불러 앉혔단다. 그리고 존은 스텐리목사나 배철현이 믿는 종교를 '가짜'라고 당당하게 말했단다. 자신은 무신론자이지만 종교를 갖는다면 티베트 불교를 택하겠다고 했다. 나왕 스님의 조용하고 '향기로운' 행위의 결과였단다.

존은 종교인이란 무엇을 믿고 주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알아차려 집중하고 행동하는 자라고 말했다고 소개한다.

배철현은 어느날 나왕에게 왜 매일 혼자서 청소하느냐고 물었단다. 나왕은 "그냥,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보길 바라는
그 변화가 되십시오." -마하트마 간디.

이 책은 자신을 향하여, 진정한 자신에게로 가는 과정이 진정한 삶이라고 가르치는 듯 하다. 일독을 권한다.

배철현님은 고대 오리엔트 문자와 문명을 전공한 고전문헌학자다. 고대 오리엔트 언어들에 매료되어 하버드대학교 고대근동학과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고대 페르시아제국 다리우스 대왕의 삼중 쐐기문자 비문인 베히스툰 비문의 권위자다.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그 이전 문명과 종교를 가르치고 있다. 2009년에서 2013년까지 격주로 주말에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오리엔트 언어들을 가르쳤다. 2015년 미래 혁신 학교 '건명원'을 기획하여 출범시켰고, KBS1 텔레비전 과학 프로그램 '장영실쇼'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 있으며, '문자를 향한 열정: 세계 최초로 로제타석을 해독한 샹폴 리옹 이야기', '성서 이펙트'와 '꾸란 이펙트'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예스24시 출처)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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