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감정과 직관 - 사빈 뢰저 지음 박병기, 김민재, 이철주 옮김

도덕적 감정과 직관

도덕적 결정의 순간에 무엇이 옭은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결정권자의 경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에 쓰레기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것을 주워야 하는가 지나쳐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현대에서는 고민의 대상 조차 되지 않지만 불과 8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교육을 통해서 가르쳤던 시절이 있었다.

5살된 어린 아이가 길가의 차도로 걸어 가고 있다고 가정하자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상황을 방기하고 이어지는 결과를 보고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복잡한 예를 들어 보자. 범죄자가 도망을 치는 중 숨겨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곧이어 경찰이 들이 닥칠 것이며 자신이 잡히면 감옥에 갈 것이라고 애걸하고 있다. 이 범죄자를 돕는 것이 옭은 일인가? 범죄자를 숨기고 경찰에 거짓말을 하는 경우와 숨겨주는 척 하며 경찰에게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 결국 이 사람은 둘 중에 하나에게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 (칸트의 질문을 약간 각색하였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예를 들어 보자.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자. 그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과학이 발달한 선진국의 규정에 따라야 하며 이 경우 제품의 안전성이 높아져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제 조화를 통한 규제의 상향 조정이 옭은 일일까? 아니면 윤리의 가치적용에 부적합한 질문으로 성립 자체가 안 되는 고민 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 있다. 계속 되는 경고에도 개선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무리로부터 격리 시키는 행위가 옭은 결정인가? 그리고 격리된 사람에 대한 동정이 생긴다고 가정하자. 그 동정은 윤리적으로 바른 판단일까?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치 판단에 대하여 즉각적 판단이 있을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를 직관적 판단(Intuitionism)이라고 한다. 직관적 판단은 어떤 사실을 인지하고 (Cognitivism) 그리고 가치가 이미 고정되어 있다는 기초주의(Foundationalism) 마지막으로 비환원적도덕적 실재주의(Nonconductive moral realism)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야기가 어렵다 풀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길가의 쓰레기를 줍는 행위는 그것을 보는 순간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길가로 가는 아이의 위험을 저지하는 순간 나의 가치는 이성적 판단에 대한 검증 없이 바로 이루어 진다. 이 두 가지 판단에 대하여 어떤 윤리적 사조에 근거하였냐는 질문에 그냥 그러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 했다라고 하면 비환원적이 되는 것이다.

즉 사회의 문화와 가치에 근거하여 주관적 판단을 한 경우이다. 대표적인 학자가 흄(D. Hume)이다. 맹자가 주장한 인간의 선은 이미 날 때부터 지니고 있다라는 주장도 직관주의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하지만 경찰과 도둑에 대한 거짓말, 규제의 상향조정에 대한 윤리적 문제, 불편을 주는 사람에 대한 격리에 대한 인간적 배려 부재는 직관적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바른 결정인가에 대한 논란을 비껴 갈 수는 없다.

얼마 전 필리핀의 부패한 경찰에 살인과 고문을 당했던 한국인 사업가의 경우를 가정하자, 경찰의 부패에 대한 문화적 공감을 하고 있는 결정권자였다면 어떨까? 무고한 사람의 죽음에 일조한 것인가 아니면 경찰의 권위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 할 수 있을까?

국제조화라는 규제의 강화에 대하여 국민의 안전이 우선된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그 결과 국내 산업의 몰락과 국제조화 주창자인 다국적 회사의 독점으로 인한 치료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여 가난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전에 안전성에 기반한 나의 판단이 중립적이었다는 이유로 도덕적 비난을 면 할 수 있을까?

불편을 주는 구성원에 대한 인간적 배려를 통하여 계속적으로 피해자가 늘어나고 결국 사회적 비용과 조직간의 불신과 단합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한 인간적 배려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그릇된 판단이 비윤리적이었다고 비난 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윤리에 대한 고민은 과학의 발달로 인한 우리의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다. 사회가 복잡화 되고 익명화 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의식은 그에 미치고 있지 못하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에 키워드 검색 패턴으로 추정한 빅테이터 등의 분석 기법은 전염병에 조기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있는 사용자와의 정보의 불평등이 생기게 된다.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사고회피의 프로그램을 작동하면서 전방의 차를 부딪치는 경우 탑승자 4명이 다치고 옆의 낭떠러지로 핸들을 틀어 떨어질 경우 2명이 다친다는 경우에서 앞의 차를 부딪치게 하는 경우와 낭떠러지로 떨어져 나와 내 가족이 더 다치는 경우 선택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나는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윤리적일까?

본 저서에서 물론 칸트의 이성적 윤리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고도의 철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하여 가능한 철학적 쟁점은 일반 대중에게 쉬운 접근은 아니기에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직관적 윤리에 대한 발전적 보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동정심과 연민을 느낌으로서 도덕적 지식을 소유하기위한 우리의 노력 결과를 도덕적 능력이라고 하였으며 이를 통한 도덕적 인식론이 정서적 직관주의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직관이 인지능력의 향상으로 주관주의로서 약점을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찰이 갖는 윤리관이 절대적 선은 아니며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 하였다.

직관주의는 오랜 기간 주관에 기초하여 일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윤리학자에 의하여 배척당했다면 저자는 이에 대한 미래를 제시하여 그 유용함을 주장하였다.

어떤 사안에 윤리적 판단이 사회적으로 상식화 되었다면 소위 보편적 준칙의 상식이 일반화 되었고 이에 대한 인식과 성찰의 과정 없이 윤리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이상향을 제시해 본 것이다.

거짓과 판단의 모호함이 넘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이다.

저자 사빈 뢰저(Sabine Roeser)는 네델란드 델포트 공과대학의 윤리학 부교수로 있으며 박사학위논문으로서 윤리적 감정과 직관에 대한 연구를 수행 하였다. 토마스 리드(T. Reid)와 윤리적 직관주의 감정과 위험에 관계에 대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 하고 있으며 Reid on Ethics의 편집자이기도 하고 대표적인 저서로 Basic Belief and Basic Knowledge(2005), Reid on Ethics(2010), Hand book of risk theory(2011) 등이 있다.

번역을 해주신 분들은 교원대 윤리학 교수이신 박병기교수님과 국립안동대학교 교수이신 김민재님 한국교원대 강사로 계신 이철주님이 수고하셨고 도서풀판 씨알아이에서 2015년 초판을 발행하였다. ~`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키워드

#N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