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자 김민수

■ 기자 칼럼

“국민에게 사랑 받는 의료기기산업 되길”

 

▲ 김 민 수
연합뉴스 기자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사항은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미 기대수명은 100살을 넘어가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평온한 죽음에 이를 수 있을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의료서비스 주체는 공급자(의료인)와 수요자(환자)로 나뉜다. 물론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까지 포함해야 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의료인과 환자를 가장 기본적인 주체로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은 바로 의료기기·제약·바이오산업과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예방의학, 개인별 맞춤형 진료 등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전환함에 따라 이제 의료기기·제약·바이오 산업은 명백하게 의료 서비스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대 의학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있어도 영상진단장비가 없으면 질병의 원인을 찾기 힘들고, 우수한 도구가 없으면 적절한 수술 조치가 이뤄질 수 없으며, 수술 후 환자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제조업·수입업을 막론하고 국내 의료기기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어디서 저런 열정이 솟아날까 하는 궁금증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꿈꾸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동분서주를 하며, 성공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에도 언제나 희망에 가득 찬포부를 밝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제 막 태동기에서 벗어나 성장기로 접어든, 어찌 보면 아직 초창기라 할 수 있는 국내 의료기기 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외국과 비교하며 조금이라도 더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선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와 같은 열정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부에서도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지향적인 분야로 손꼽으며 ‘2020년 세계 7대 강국’진입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기존 의료기기 강대국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하늘과 땅 차이로 차이가 나고 있으며, 원천기술을 가진 고부가 가치 품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의료기관·학계·산업계의 굳건한 공조 체계 확립이 필요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의 경우 주변 실리콘 밸리 내 기업들과 각종 연구협약을 맺으며 혁신적 산물을 선보이기 위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국내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 주변에는 의료기기 기업·연구 기관보다 식당가를 비롯한 편의시설만이 즐비하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의료원장은 “소위 ‘의료 선진국’이라고 통용되는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의료기관·기업·연구기관이 동떨어져 있는 국가는 드물다”며 “정부예산을 몇 배 늘리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아직 제약·바이오 분야와 비교했을 때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의료기기 수출액이 매년 증가하고, 생산액이 5조 4천억 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와도 범국민적 호응이 없으면 성장 동력을 언젠가 잃기 마련이다.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당사자는 ‘의료기관’과 ‘의사’가 맞지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는 결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홍보 활동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시작한 올바른 의료기기 사용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은 매우 적절한 프로그램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전문적인 의료기기까지 차츰 홍보 대상 품목을 넓혀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조금씩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 의료기기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해 주는 훌륭한 매개체임에도 불구하고, 1960~70년대 효능·효과가 미비했던 제품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이 적지 않다”며 “국민이 믿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게 국내 업계의 공통적인 목표이자, 사명감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7년 역시 2016년 못지않게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전망은 예측일 뿐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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