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 - 일말의 양심 : 헤란트 캐챠도리안 지음, 김태훈 옮김

죄의식 - 일말의 양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어우러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용인 되지 못하는 행위들이 존재하며 사회는 필요에 따라 비난과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여 이를 제어한다.

이와 같이 하지 말아야 될 행위를 저질렀을 때 우리는 다양한 반성의 감정을 갖는다. 일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 실수나 자의에 의한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환경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감정의 기제가 작동하는데 이는 정서를 바탕으로 후회, 쑥스러움, 수치심, 자존심, 혐오, 죄의식 등 양심의 가책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양심의 가책은 사실은 절대적인 감정은 아니라고 한다, 문화에 따라 국가에 따라 느끼는 정도나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로 아랍여성에게 사용되는 히잡의 경우 국가에 따라 기준이 다르며 일부 아랍여성의 경우 머리를 두르지 않았을 때 수치심을 가진다고 하면 그 문화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성추행, 도적질, 탐욕 등은 문화에 관계없이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된다. 인간이 이러한 행위를 지지르고 느끼는 감정을 자의식 정서라고 한다, 예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행위는 생존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자의식 정서라고 칭하는 감정의 경우 사회적 지위의 성취와 유지, 집단 따돌림의 예방을 수반하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가 갖고 있는 내면의 경찰인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는 어떨까? 후회의 어원은 흐느껴 우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가 잃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과 슬픔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래의 행위나 선택에 대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자의식 정서는 아니지만 모든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반성의 감정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쑥스러움이란 사회적 관습이나 예의를 벗어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예로 부모님 앞에서 여자 친구와의 동거를 이야기 하는 것이 문화와 정서에 대한 역행이라는 것이다.

수치심은 고대 독일어의 숨기다 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노출에 대한 방어의 은폐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기치 못한 신체 특정부위의 노출이 갖는 사람들의 반응인 것이다.

자존심은 긍정적 의미에서는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이며 자신감이다. 하지만 부정적 의미의 자존심은 자신감의 과다로 인한 교만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예로 도덕적 우월감이 지나칠 경우 자신의 모든 행동이 합리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의 사람들도 보이는 것보다는 본질을 이해 할 것이라는 오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혐오도 양면성을 갖는다. 도덕적 감상으로서 위선, 매신, 거짓, 인격결함 등은 부정적 감정이지만 잔인한 행위, 일방적 폭력 등에 대한 혐오는 긍정의 정서에 속한다.

최종적으로 죄의식이란 객관적인 죄의식과 주관적 죄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가 정한 규율을 위반한 것은 객관적 죄의식이다. 하지만 내 도덕적 양심에 비추어 죄의식을 느낀다면 이는 주관적 죄의식 일 수도 있다. 죄의식이 갖는 사회적 유익성은 매우 높다. 우리의 결점을 인식하고 인정하게 해주며 행위에 대한 수정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과도한 죄의식은 삶의 원동력을 뺏기도 한다.

고대 구약성서에 죄의식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죄의식이란 단어가 구약성경에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즉 매우 후대에 발전된 도덕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잘못을 했다는 개념이 있을 뿐 죄의식으로 고통 받았다는 표현을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를 미루어 죄의식은 신약에 등장을 하며 결국 도덕률의 발달로 인한 산물임을 추정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간음이라고 하는 십계명의 계율조차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구약에서 의미하는 간음은 이웃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웃이란 당시 생활양식에 비추어 친족의 아내라는 것이다. 성서에 야곱의 제자나 솔로몬의 첩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구약의 간음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더불어 당시 율법이 정한 간음의 처벌이 4명의 목격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실재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윤리가 절대적 선언 (칸트는 이를 정언적 명령이라고 하였다)을 통하여 금지 하고 있는 경우 이는 문화와 지리적 차이에 대하여 다양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문화를 다 반영하더라고 절대 용인 될 수 없는 즉 죄의식을 가져야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남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우리가 주변서 흔히 보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 재산권의 침해 등은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인격의 모독과 인권의 침해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가해자가 자신을 합리화 하려고 하며 피해자를 공격한다. 죄의식의 결여가 문제가 되는 경우이다. 윤리가 갖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의 역할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시대가 변하고 도덕률이 변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남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나부터의 노력이 이웃이 해야 하는 책임이자 도덕이다. 흔히 자신의 행위에 대한 피해자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를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정신병의 일종이다. 치료가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유해하다. 충분한 자의식을 갖고도 그렇다면 이는 범죄행위이다. 사회적 격리와 제어가 필요하며 비난해야 한다. 죄의식 없는 악에 대한 공동체의 대항이 필요하다.

저자는 결론에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어록을 인용한다. “가장 중요한 인간의 노력은 우리의 행위에 도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면적 안정 그리고 심지어 우리의 존재 바로 그 자체는 그에 달려 있다. 우리의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도덕성만이 삶에 아름다움과 존엄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저자 해란트 캐차도리안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정신의핵과 인간생물학을 가르친 명예 교수이며 플로라 가족재단의 이상자이다 대학 동창회에서 수여하는 리만성을 받기도 하였다, 번역은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계신 김태훈님께서 해주셨고 2016년 7월 14일 도서출판 씨아이알에서 인쇄하였다. 출판사의 김성배 사장은 인문학적 도서를 통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실천하시는 분이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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