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동
협회 의료기기산업발전
위원장
비브라운코리아 회장

국내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정부 과제로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해 6년 노력 끝에 3D 복강경을 개발했다. 현재 복강경수술 장비를 대체할 혁신적 제품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3D 복강경 개발 2년 만에 판매한 것은 한 대뿐이다. 국내 의료보험 제도가 3D 복강경수술에 추가 보험급여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청구할 경우 법에 저촉돼 어떤 병원도 굳이 최신 의료기기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계 3D 복강경 시장은 이제 막 형성돼 앞으로 2만5000대의 고급 2D 복강경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시장 규모도 4조원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할 이 업체는 회사 생존을 위해 직원을 절반 이하로 줄이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은 속속 제품 개발에 성공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의료기기를 미래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해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의료기기 보험수가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1998년 이후 31차례에 걸쳐 가격 인하조치를 했다. 더욱이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 가격은 먼저 개발된 제품의 90% 수준으로 제한하고, 의료기기에 대한 가격도 의사의 행위료에 포함시켜 별도로 산정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이니 애써 개발한 의료기기가 의료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평균 5% 성장으로 활기를 잃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0.8% 성장으로 침체산업으로 전락했다. 관련 회사들은 연구개발 투자는커녕 인력조정 등 소극적 방법으로 명맥을 잇는 수준이다.

건강보험 당국은 보험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자평할지 모르지만, 몇 백억원 재정을 아끼려다가 수조, 수십조원의 미래 먹거리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가 탐낼 기술이라도 국내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한국 내수시장의 성패는 건강보험 급여 여부에 달려있다. 3D 복강경 개발에 정부가 100억원 가까운 연구비를 지원 해놓고도 이를 상용화하지 못하게 하는 엇박자 정책에 의료기기 수출 증대는 기대 할 수 없다.

합리적 시장을 고려한 건강보험 제도가 절실하다. 의료기기 업체는 국내에서 키운 사업을 기반으로 세계에 진출해 당당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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