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기원 - 조경란 지음


가족의 기원
 

결혼이 갖는 신성함은 진실일까? 일부 지역에서 일부다처제 (Polygamy)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바른 것일까? 남녀차별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의 대부분이 선택한 일부일처(Monogamy)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얼마 전 간통죄에 대한 많은 논란이 종지부를 찍고 헌법재판소는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하여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해석의 중심에는 현실이 안고 있는 남성중심적 사회구조가 밑바탕에 있다.

“가족의 기원”은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매우 분석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우선 저자인 엥겔스는 생산에 따른 경제적 진보가 결혼과 가족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원시공동체에서는 소유의 개념이 희박하다. 이들은 공동으로 노동을 하고 공동 분배 형태를 가지고 있다. 부족 내 빈부격차는 의미가 없다. 이유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잉여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결혼도 없고 난혼의 형태를 가진다.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엄마이므로 모계 사회가 형성된다. 이 사회에서는 사유재산이 존재 하지 않으니 소유개념이 없다. 당연히 여성에 의해 사회가 운영되니 모계의 힘이 막강하다. 남녀 간 질투 또한 관여할 틈이 없다. 소유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착생활이 지속되고 사회적 분업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 나기 시작한다. 이때 두 가지 변화가 찾아오는데 첫째가 잉여생산물에 대한 처리이고 두 번째가 분업으로 인한 남성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다. 남자가 부족 내에서 힘이 커지자 모계사회가 주축이 되던 가내경제는 부속물로 인식되어 진다. 생활의 편의를 위한 수단의 하나이다. 이때부터 여성의 지위도 역시 남성의 부속물로 격하되기 시작한다.

남성의 역할이 커지고 잉여생산물이 생기자 이에 대한 이해관계가 생긴다. 많이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빈부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제 많이 가진 남자가 힘이 약해지고 운명을 다할 때 그는 그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이 욕구를 해결하고자 하여 나온 게 부계에 대한 확증. 가부장의 시작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훨씬 심한 윤리적 간섭을 받게 된다.

비록 초기 난혼의 형태는 하등 동물 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어 인류가 갖는 고유의 문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발전단계 측면에서 보면 결혼과 가족 형성의 초기 형태로 봐야 한다.

사유재산의 출현이 여성의 종속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한 결혼제도의 고착은 결국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부속화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현재의 결혼제도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또 다른 해석이다. 여성이 종속화를 벗어나기 위하여 제도적 질곡을 극복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한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의식적인 여성성의 발현이나 이를 비판 없이 용인하는 행위는 비록 상식적이라고 할지라도 과거의 여성성에 대한 종속이 깔려 있을 수 있다. 논리보다는 연약함을 인격보다는 외모를 내세우는 행위는 그자체가 갖는 심각성보다는 이면이 갖는 우리의 동조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처음의 질문에 대한 엥겔스의 답은 무엇일까 고민하자면 결혼제도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것을 부정 할 수 는 없지만 성역할에 대한 고착화가 존재하는 한 불평등하다. 결혼의 신성성은 동등한 관계에서 가능한 전제이다.

일부일처제나 일부다처제 혹은 다부일처제의 경우 절대적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결혼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갖는 제도 중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이에 대하여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성에서 사랑이라는 매개체가 등장하지만 이때의 사랑은 모든 이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식구에만 적용되는 제한적 개념이라고 설명 했다.

사랑이 대자적 의미를 갖는 다면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이 변하는 이유는 결혼이 갖는 불완전성이 원인이다. 결국 사랑이 아닌 시대적 특성이 반영된 형태이므로 서약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부가 되어야 한다.

본 저서에서 엥겔스는 가족의 형성에 대하여 두 인격의 통일이라고 표현한다, 이 통일은 개별성과 보편성이라고 하는 속성을 갖고 각기 독립된 실재성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족이 토대가 되어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헤겔조차 가족의 정의에 가부장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으니 우리의 편견을 깨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추론할 수 있다. 가족의 생성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국 사회에서 서로 교류해야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이 갖는 독창성은 경제사와 가족, 결혼이라고 하는 문화적 변화를 탁월하게 해석했으며 이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을 정확히 채굴해 냈다는데 있다. 우리가 흔히 갖는 불평등이 사변적 구호가 아닌 실생활에서 체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대하여는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너무도 위대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김대웅님은 전주에서 출생하시어 외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하시고 마르크스와 헤겔(문학과 지성사), 루카치(한마당), 변증법적 미학이론(문예출판사)을 번역하셨으며 이책은 1985년 초판이 아침새책을 통하여 세상에 나왔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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