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점 주는‘메디케어 근거개발 및 보험급여자문위원회’회의

■미국 MEDCAC 회의 참관기

“투명성과 개방성이 살아있는 미 보험급여 결정과정”
시사점 주는‘메디케어 근거개발 및 보험급여자문위원회’회의
 

▲ 이정우
메드트로닉코리아(유) 부장

지난 7월, 미국 메드트로닉 본사에서 개최된 인재교환프로그램(Talent Exchange Program)에 참여해 약 2주간 미국 건강보험제도의 이해와 요즈음 화두인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health care, VBHC)’에 대한 사례에 대해 듣고 돌아왔다. 여러번 외부 회의를 참관하면서 무엇보다도 볼티모어에 위치한 미국보험청(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www.cms.gov)에서 개최된 ‘메디케어 근거개발 및 보험급여자문위원회(Medicare Evidence Development & Coverage Advisory Committee, MEDCAC1))’ 회의에 참석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돼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CMS’와‘MEDCAC’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미국보험청(CMS)

CMS는 미국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DHHS)의 한 행정 부문으로, 65세 이상의 노인 및 장애인을 주로 담당하는 메디케어(Medicare),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 & 칩(CHIP), 현역 군인 및 그 가족을 위한 트라이케어(Tricare), 퇴역 군인 대상 건강 서비스, 인디언 대상 건강 서비스 등과 같은 공적 건강보험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보험의 제도적 기반 마련, 여러 가지 보험급여 등재, 급여기준 마련 등을 주관하는 기관이다.2)

메디케어 근거개발 및 보험급여자문위원회(MEDCAC)

MEDCAC은 특정 임상 주제에 관련해 CMS에 독립적인 지침과 전문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1998년 전신인‘메디케어 보험급여자문위원회(Medicare Coverage Advisory Committee, MCAC)’설립에서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출간되는 임상 자료를 검토․평가하고 시험자료 및 기술평가를 검토하며, 메디케어에 의해 보장되는 보장 가능성이 있는 의료 항목과 서비스의 적절성, 편익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검증한다. 또한 CMS 내부 전문성을 공급하며, 중립성을 가지고 최신 기술과 과학정보를 전달하고, 가용한 근거 수준을 판단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CMS에 권고안을 제시한다.

위원회 구성은 임상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기초과학, 보건행정, 의료 정보 관리․분석, 경제성 평가, 그리고 의료 윤리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중 100명의 전문가 인력풀을 위촉한다. 그후 각 주제별 MEDCAC 회의 안건에 참석해 세부 전문 분야 질문에 답변하는 패널은 인력풀 중 최대 15명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촉된 위원들은 임기 중에 4~8회 정도 패널로 참석하게 된다.

개최되는 개별 MEDCAC 회의주제 및 정보는 CMS 홈페이지와 미연방관보(Federal Resister, FR)에 공지되며, 선정자 명단 등 주요 정보들이 확인 가능하도록 웹사이트 상에 공개하고 있다.3)

<사진1>. 볼티모어 CMS 사진

필자가 방청한 7월 20일 회의 주제는‘하지 만성정맥질환(lower extremity chronic venous disease)’이다. 주로 다뤄진 질환과 제품은 정맥 혈전증(venous thrombosis), 정맥 폐쇄(venous obstruction)와 연관된 제품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는 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저녁 서둘러 워싱턴 D.C.에서 볼티모어로 이동했다. CMS 건물 입구부터 모든 진입 차량과 인원에 대한 정지 및 하차 지시 등 꼼꼼한 보안 검사가 이뤄졌다. 건물 내부에서는 지정된 동선 및 허가된 장소 외에는 접근이 불허될 정도로 미 정부기관의 보안은 철저했다. 약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극장 형태의 회의장소에는 회의 시작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2/3 이상이 이미 방청객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로써 회의 주제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개회 선언과 위원장 발언에 이어 참석한 선정위원(패널)들의 소개가 있었고, 다음으로 주제에 대한 임상적 주요 논점과 사전 공개된 투표 질문에 대한 재고지가 이뤄졌다. 그후 4명의 해당 전문 지식을 가진 초청 연설자가 각자의 전문적 지식 관점에서 기조 발표를 했다.

기조 발표 이후 휴식시간을 가진 뒤,‘공개 발언(open public comments)’순서가 시작됐다. 이번 회의가 열리기 전에 주제와 관련해 의견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신청자를 모집했다. 총 23명의 사람들이 신청을 했고, 이들에게는 각각 4분 동안 공개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시작 전 각 발언자들이 여행 경비 등 회의참석 및 의견발표와 관련해 재정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이익관계를 밝히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있었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사소한 항목이라도 밝히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성숙된 윤리 준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소 많은 23명의 연속된 발표에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조목조목 의견을 발표하고 차분히 경청하는 태도는 참 인상적이고 배울 만하다고 느꼈다. 빠른 진행을 위해 발표자들이 자발적으로 순서에 맞춰 차근차근 착석 위치를 옮기는 장면은 너무도 질서 정연해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의심마저 들게 했다. 4분이라는 매우 제한적인 시간임에도 거의 대부분의 발표자가 시간을 정확히 엄수함에 놀랐다. 마무리 시점에서 미처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10분 정도 발언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사진2>. CMS의 주제 발표

한 시간 동안의 점심시간 후, 회의는 속개돼 초청 발표자에 대한 질문과 즉석 패널 간의 토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각 패널들에게 투표 질문에 대한 점수 부여와 그 판단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 의장이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30분 간의 짧은 마무리 패널 토의 후 폐회 발언으로 기나긴 MEDCAC 일정이 마무리 됐다.

이날 패널들의 투표 결과는‘중간 이하의 신뢰도(less than intermediate confidence)’가 뽑혔다. 위원회는 정맥 혈전 예방을 포함한 다른 중재를‘전국보험급여결정(National Coverage Determination, NCD)’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디케어가 그 행정력을 이용해 질의 측정과 진단부터 중재까지의 환자 결과에 대한 보고 및 수집을 위해 인센티브를 만들도록 권고했다. 더불어 위원회는 환자의 통증, 신체적 기능, 그리고 삶의 질이 포함된 미래 연구를 권고했다. 위원회 권고의 의미는 근거 창출과 미래의 예방을 위한 보험급여 보장,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해 진행해 나갈지에 대한 여부를 반드시 메디케어도 고민해야 하며, 계속적으로 보다 고가의 침습적인 치료재료가 환자 결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근거 창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진3>. 점심시간에 참석한 회사 동료들과의 기념사진(좌측에서 3번째가 필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는 단순 의사 결정을 위한 평범한 회의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첫째, ‘투명성(transparency)’

회의가 열리기 훨씬 전인 약 두달 반 전에 모임 공지와 함께 패널들에게 질의할 질문이 공개됐다. 또 일주일 전에는 참석하는 선정된 위원 명단, 회의 순서 그리고 모든 외부 발표자의 명단 또한 공개됐다. 이들이 발표 예정인 모든 발표 자료를 볼 수 있게 했고, 회의 전에 이미 아주 세부적인 논의점까지도 투명하게 공개됐다. 또한 웹으로 회의 실황이 그대로 생중계됐으며, 회의 이후 이틀 만에 관련 질문에 대한 패널 투표 결과가 웹상에 공개됐다. 인상적인 점은 참석한 패널들의 점수를 각각 실명 공개했던 것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근거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이는 이해 당사자 간의 이견을 최소화하며, 추후 논란 발생의 여지도 줄일 수 있는 배경이 된다.

<표1> 웹사이트에 공개된 패널 별 투표결과 4)

둘째, ‘개방성(patency)’

MEDCAC 회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은 사전 신청으로 방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들 입장에서는 외국인인 필자도 온라인 사전 신청만으로 추가 인증 절차 없이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사전 신청자에게 발표 기회를 줄 뿐만아니라, 혹시 모를 방청자들의 의견 개진을 위해서도 10분이란 시간을 별도로 배려하는 모습에서 외부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한, 열린 토론이라 생각됐다. 더불어 회의에서의 투표 결과가 확대를 하기에 조금 부족한 근거로 인해 차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나 동시에 메디케어가 지금부터 향후 환자 안전을 위해 임상근거 수집을 장려하도록 권고해 열린 결말로 정리됐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번에 방청한 MEDCAC 회의는 단지 하루에 불과했지만, 미국의 공적 보험 보장과 관련한 논의를 할 때 어떤 절차와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개방돼 있는 회의는 보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근거 중심의 가치를 판단하고, 임상적으로 유용한 의료 행위와 치료재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결국 환자에게 적정한 혜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느꼈다. 동시에 국내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의 급여 범위 및 기준에 대한 심사평가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해 당사자들의 폭넓은 참여와 논의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출처 :
1) https://www.cms.gov/Regulations-and-Guidance/Guidance/FACA/MEDCAC.html
2) Elias Mossialos et al, International Profiles Of Health Care Systems 2014, The Commonwealth Fund, January 2015, 153-162.
3) https://www.cms.gov/Regulations-and-Guidance/Guidance/FACA/MEDCAC.html  
4) https://www.cms.gov/Regulations-and-Guidance/Guidance/FACA/downloads/id72b.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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